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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열한계단] 01. 두번째 계단

첫번째 계단에 이어서 두번째 계단에 오른 뒤의 이야기.

 이 블로그에는 기록을 하지 않았기에 첫번째 계단에서 갖춘 생각을 짧게 정리하자면, 나의 벽이 깨어진 때에 대해 뒤돌아보았고 앞으로 지금 이 벽이 깨어질 때를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의 이 벽과 알이 존재하기 위해 나의 가족들이 자신의 시간과 영혼을 깨며 노력한다는 것도 알았다. '정반합' 그 말에 따라 지금 이 '정'의 상태에 '반'은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올 지 약간의 두려움도 느껴졌다.

 오늘 두번째 계단에 올랐다. 두번째 계단에서는 채사장이 '성경'을 읽고 그 안의 예수와 대화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요새 단테의 신곡을 읽었는데 은연중에 그리스도교가 내 주변을 멤돈다. 어떤 메세지가 있는 것일까, 난 그 뜻을 모를 정도로 지혜롭지 않다.

 두번째 계단에 오르고 채사장의 발자취에 맞춰 마지막 호흡을 내쉬어보니 '바로 해결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상념들은 더이상 채사장의 걸음을 맞추지 않고 갑자기 홀로 다른 구멍을 찾아들어갔다.

 채사장의 어린 시절 고민들, 내심 부러웠다. 나도 한때는 저렇게 전투적이고 공격적으로 세상에 의문을 품을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새 나는 공터에 서있는 기분이다. 그런 고민들을 애써 찾으려하지 않고,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현실적인 고민들 (뭐먹지? 뭐하지? 등)에 감싸여 그 가벼운 모래를 씻어내고 나면 개운함을 느끼는 단계인 듯하다.

 무엇하러 애써 고민을 찾고 생각을 하며 고통받으려 하는가?
무언가를 얻기위함은 아니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렇게 멍청하게 하염없이 흘러가면 그대로 만족하며 끝인건가?

 지금 내 삶은 풍족하고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백지 위에 떨어진 회색의 작은 먼지처럼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기분에 MSG를 첨가해주는 것은, 나의 기억력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내 머리에는 전에 읽은 책과 그 작가들, 그리고 인상깊은 구절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당시에는 재밌고 심도깊게 생각하며 읽었겠지만, 다시 돌아보면 물 위에 글자를 새긴 기분이 든다. 이게 너무 답답하다.